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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

정말 재미있는 골프 이야기

eliotshin 2007. 4. 13. 10:39
[오감자의 맛있는골프] 440타 넘으면 함께다니지 마세요 [조인스]


1년 전 초여름.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가 있었다. 그러나 안 믿었다.(--;)

투 라운드 하는 날이어서 안 오길 바랐다. 우씨. 첫 팀에 나갔다. 날씨. 완전 테러다. 완전 ‘마의 5박자’를 골고루 갖췄다. 비와 안개. 어둠. 바람. 비기너 네 분.

그러나 처음에 백의 뚜껑을 열었을 때 오~ 이분들 볼 좀 치겠구나 싶었다. 드라이버 8.5~9도. 스틸 아이언. C브랜드 웨지 왕창….

그동안 TV에서만 보던 PGA투어 샷을 눈앞에서 보게 되겠구나. 음하하하~. 뭔가 느낌 온다. 좋~아~. 네 분이 나오셨다. 한 분은 얼마 전 파마를 하셨는지 파마가 풀어지지 않게 하려고 모자도 쓰지 않고 나오셨다.

스타일상으로는 분명 프로였다. 최소한 프로님은 아니어도 프로 사촌 정도는 될 듯. 다른 한 분은 모자를 2개나 가져오셨다. 일반 모자와 비바람에 대비한 듯 겨울용 모자. 다른 한 분은 연습장에서 일부러(?) 닦지 않은 클럽을 가져온 분도 계셨다.

그런데 어째 기분이 심상치 않았다. 네 분 고객님의 9홀 라운드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첫 번째 고객님은 불꽃 튀는 티 샷으로 코스에 불을 낼 뻔 했다(뒤땅을 심하게 치면 불꽃이 튐). 두 번째 고객님은 매번 하늘로 마구마구 찔러대는 공에 구름이 떨어져 내려앉았다. 세 번째 고객님은 워터해저드만 보면 공을 그곳에 헌납했고. 네 번째 고객님은 거의 매 홀 OB 티로 줄행랑을 쳤다.

이분들에게 있어서 OB 티란 ‘만남의 광장’이었다. ‘피해의 최소화’ 또는 ‘합의지점’인 것이었다. 정말 난 8.5도. 9도 드라이버에 속았다. 요즘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클럽 구성으로만 보면 PGA투어 선수 네 분이 틀림없었건만 치는 걸 보면 조용히 ‘택시비’ 쥐어드리고 싶다.

이들 네 분의 직업은 모두 의사. 의사 선생님이셨다. 한 분은 완전 초보로 두 번째 라운드였고. 나머지 세 분도 구력과는 달리 갓 초보딱지를 뗀 수준이었다.

두 번째 고객님 왈. “언니. 그래도 많이 연습해서 온 거야~. 클럽 봐봐. 내가 이 정도로 연습을 많이 한 사람이야~. 근데도 안 되는 걸 어떻게 해.(--;;;)”

“그럼 연습장에서 한 30년 더 연습하다 나오세여. 그렇게 볼 못 치시면 가족도 환자도 다 떠납니다. 제~발. 잘 좀 쳐 보세여.”

어쨌든 그들은 그라운드를 폭넓게 활용했다. 여백의 미(?)를 강조하기 위해 페어웨이 중간을 절대 쓰지 않는 센스. 그린의 가로 세로 길이를 다 재는 퍼팅 노하우. 특히 홀 컵을 샥~샥~ 피해서 치시는 그분들의 퍼팅 실력은 날 미치게 했다.

우여곡절 끝에 9홀을 돌고 뒤 팀을 만났다(뒤 팀과 같은 일행). 뒤 팀 언니 표정을 보니 피죽도 못 먹은 얼굴이다. 조용히 언니에게 물었다.

“너네 팀도 220타(전반 4명의 스코어 합계) 넘었냐?(-_-)”

묵묵부답인 언니를 밀치고 스코어 카드를 몰래 살펴보니 우리 팀보다 한 술 더 떴다. 켁켁켁.

막막했다. 후반 9홀은 또 어떤 진풍경이 연출될까. 후반 첫 홀. 뒤 팀이 구경을 해서일까. 네 분 모두 신들린 티 샷이 나왔다. 솔직히 나도 놀랐지만 직접 친 본인들이 더 놀란 눈치다.

“1조 언니는 좋~겠다. 볼 잘 치는 손님이랑 라운드하니까 하나도 안 힘들지. 1조는 다 선수들만 있다니까~. 오늘 너무 잘 치는 거 아냐.”

와우~. 사람 미치게 만든다.

“뭐. 선수 조?”

500년 만에 처음으로 한 번 네 분이 잘 친 거였다. “절대 그거 아니다”라고 항변할 수도 없고. 정말 숨이 꼴깍 넘어가는 줄 알았다. 그 네 분은 그 티 샷 후 갤러리들이 시야에서 사라진 세컨드 샷 지점부터 생크 나고 OB 나고 뒤땅 치고 완전 ‘전.쟁.터’였다.

스코어는 ‘양파-양파-양파-트리플 보기’. 트리플 보기를 하신 고객님이 동반자들에게 한마디를 날렸다.

“야. 이번에 나 내용 좋지 않았냐?”

“(동반자들) 그러게. 이번 샷 진짜 내용 좋았어. 스윙 진짜 좋은데 이따 끝나고 레슨 좀 해주라.”

ㅋㅋㅎㅎㅎ. 갑자기 학교 다닐 때 공부 못하는 애들끼리 서로 커닝하다가 ‘로뎅’을 ‘오뎅‘으로 적은 친구들이 생각나 웃음을 참느라 허벅지를 손으로 꼬집었다.

그러나 그분들이라고 못 할 건 없었다. 드디어 처음으로 ‘파(Par)’라는 것이 나왔다. 파를 하신 분은 미스코리아 ‘진’ 행진을 하셨다. 손을 어깨 높이로 들고 좌우로 흔들며 그린을 한 바퀴 도셨다. 보이지 않는 왕관이 그분 머리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 네 분의 18홀 스코어 합계는 440타가 넘었다.

“여러분 제발. 네 분의 스코어 합이 440타 넘는 분들은 함께 다니지 마세요. 캐디 언니 죽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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