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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인재

대한민국 아이들의 행복할 권리

eliotshin 2012. 1. 9. 17:05

해외에 있다보니 한국 돌아가는 상황을 잘 모를 때가 많습니다.
최근 한국에서 중고생의 자살이 많이 늘어나, 의아해 했었는데...정말이지 공교육의 붕괴를 떠나, 지금 우리의 교육은 아이들에게, 과거 공장노동자들에게 행했던 테일러리즘식 학대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됩니다.

단적인 예로, 제가 상해 한 교회에서 중고등부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아이들이 한국에서 올 때보다 키가 엄청나게 컸습니다.
유전적인 요인이 아니라, 한국에서는 공부를 하느라 잠을 맘껏 잘 수 없었다는군요.
조카가 고1인데, 유전자에 비해 키가 더 크지 못하는것도 그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렇다면 이곳 상해에서 국제학교나 로컬학교 또는 한국학교를 다니던 아이들의 진학율은 어떠할까요?
결론은, 나쁘지 않다 입니다.
서울대는 아직 못봤지만, 연고대나 서울에 있는 대학에 곧잘 들어가고, 종종 미국 대학이나 홍콩대학, 중국의 명문대를 가는 아이들도 봅니다.
물론 정시보다는 수시로 많이 들어가더군요.

정시에서 험한 경쟁을 해야하는 한국의 우리 아이들은,
정말로 똑똑하기도 하고, 잘 배웠다고 느낄때도 있지만,
'찌들었다'는 느낌이 많이 듭니다.
직장인도 밤 10시, 11시까지 일하진 않자나요...적어도 매일은.
그 아이들은 왜 그 밤 늦은 시간에 학원에 있어야 하나요?

목동의 한 아이가, 왕따를 견디다못해 최근에,
반 아이들이 학원을 마치고 돌아오는 밤 10시반경,
그들이 보는 앞에서, 아파트 배란다에서 투신을 해 자살을 했다고 합니다.

요즘 중고딩들은 노스페이스를 군대 계급처럼 가격대를 달리하여 입고 다닌다면서요.(교육이 산으로 가기 때문에 등산복이 필요하다는 농담도 있고요)
선행학습이 한 학기 또는 1년이 아니라 2~3년을 미리 끝내는 것이라면서요.
어차피 배울 과목을 미리 끝내면 머리가 좋아지나요? 창의력이 쑥쑥 자라나요?
단지 내신을 잘 받기 위해 선행을 해야하고, 안하면 뒤쳐지니까 경쟁적으로 해야 한다면...
도대체 누가 시작한 의미없는 경쟁일까요?
맞벌이 부부가, 그것도 번듯한 직장을 다니는 부부의 총 소득의 40%를 사교육에 써야한다면...정상적인 사회일까요?

대한민국 사교육의 열풍은 상해까지 도달했습니다.
코리안타운에는 시간이 갈수록 사설 학원이 눈에 띄게 많아지고 있습니다. 
서울 강남, 목동의 브랜드 그대로 들어옵니다. 
푸동에 살던 사람들도 자녀가 진학할 나이가 되기 전에 미리미리 코리안타운 쪽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 모든 일련의 행위들이 누구를 위한 것일까요?
정말 자녀를 위한 것일까요?
아님 그저 부모들이 스스로 못이룬 꿈에 대한 한풀이 일까요?
명문대를 가지 못한 한,
좀 더 나은 전문직을 갖지 못한 한,
이유없는 이웃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집착...

안철수 교수가 존경받고, 박경철 시골의사가 청춘콘서트로 청소년을 위로하고 나서는것이,
이제서야 아주 많이 이해가 됩니다.
별볼일없는 우리같은 인생의 선배들은 사교육도 안받고, 대학때 대충 즐기다가,
졸업 즈음에 대기업 몇 개 중에 골라서 취업을 하기도 하고 했었는데...
취업이 인생의 비전이 되어야 하는 안타까운 현실에 가슴이 아립니다.


이게 중고등학교 실제 급훈이라네요.
아이들이 그렇게 심하게 서로 쌍욕을 하는 것도 일종의 스트레스 해소 차원이라나요...
일진회? 기성 조폭들과 하나도 다르지 않은 폭력 서클이 힘없고 죄없는 약자를 괴롭히고 있습니다.

그동안 대한민국 부모들의 지나친 교육열로 우리나라가 이렇게 단기간에 발전하고 세계적인 국가로 우뚝 설 수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던 전쟁의 폐허에서 세계 13위의 경제대국이 되기까지 60년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달러 인쇄공장 미국과 연방준비위원회, IMF의 장난으로 두 번이나 외환 위기를 겪었지만,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었던 금모으기 운동으로 난국을 넘었습니다.

몇 해 전, 5년반의 중국 생활을 마치고 한국에서 1년을 보냈을때, 그 스피드와 경쟁과 불필요한 스트레스 때문에 적응이 쉽지 않았습니다.
너무 빨리 달리다보면 잃는 것이 많이 있는 거 같습니다.
기성세대는 그 스피드와 관성을 아무 죄없은 우리 아이들에게 강요하고 있진 않나요?
작은 나라에서 지역감정, 동네감정, 계층감정으로 그룹을 짓고 사는...웃지못할 우리의 자화상을 보게 됩니다.
같은 아파트 주민끼리도 평수를 따지고, 노스페이스도 짱이라야 70~80만원대를 입을 수 있다는 현실...아직도 외국인이나 유색 인종에 대해 가장 배타적인 나라.
많은 사람들이 이민을 생각합니다. 저 또한 그러한 생각을 몇 번 해 봤습니다.
내 아이는 적어도 그러한 시궁텅이 교육에 빠뜨리지 않고 싶어집니다.
그러면서도 조국이 몹시 그립기에 언젠가는 돌아가야 할 집이라고 생각합니다.

열정, 자유의지, 즐길 수 있는 권리.
그를 통해 진정한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교육.
경쟁이 목적이 아니라 나만의 비전이 진짜 인생의 목표가 될 수 있는 나라.
역사를 10년이나 되돌릴 수 있는 정치가 아니라,
대통령도 권위를 포기했던 민주주의로 다시 복귀할 수 있는 나라.
저 무식한 북한 조차도 품을 수 있는 정부.
참 인생의 가치관과 철학을 아이들과 공유할 수 있는 학교.

이런 나라였으면 좋겠습니다.

상하이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