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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학(講學)을 아십니까? 본문
그래서 야학에서의 강의는 강의라 하지않고 강학(講學)이라 부릅니다. "가르치면서 배운다"는 의미죠.
야학의 학생들은 대부분 낮에는 공장이나 서비스 업종에서 일을 하고, 밤에 검정고시 준비를 위해 야학을 찾던 사람들이었습니다.
매년 그 네트웍이 쌓여서 초기 설립자들을 중심으로 모임이 이어갔었는데...이젠 각자 가정을 꾸리고 사느라 연락이 끊겨가는거 같습니다. 이젠 야학이라는 문화도 오랜 추억이 되어 거의 자취를 감추어 가고 있구요.
당시 야학 생활을 6개월하고, 원래는 1년 계약을 했는데, 그만 영장이 나오고 말았죠. 군대를 갔고, 그해 겨울 이등병을 달고, 파주 9사단 지역에서 추운 겨울을 나고 있을때였죠. 첫사랑이랑도 헤어지고 온 터라 누구하나 챙겨줄 사람이 없었는데, 큰 소포가 왔어요. 크리스마스 시즌이었고 당시에는 군인들에게 사탕, 초콜릿, 쵸코파이 등등 온갖 잡동사니를 잔뜩 넣어서 보내주는게 최고의 선물이던 시절이었죠.
그런데, 소포 상자가 뻥 뚤려있었고, 5분의 1이나 남았을까 사탕과 초코렛이 들어있었죠. 우편물을 배달하는 전령의 짓인지, 어쨌든 군 안에서 유통과정에서 한움큼씩 가져간게 틀림없었어요. 서운함도 잠시, 찡한 감동이 영하 16도의 추위에 정신줄을 놓고 생활하던 이등병의 마음을 완전히 녹여버렸죠. 학생들이 모여서 정성껏 내용물을 채우고, 편지를 써서 보내준 것이었어요. 그렇게 전 학생들로부터 인생을 배웠습니다. 내가 이념적으로 추구했던, 책을 통해 정립했던 철학들보다 더 숭고하고 참된 삶의 의미를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유효한, 그때 정립했던 제 개똥철학은, '더불어 사는 삶'입니다.
이밤 이런 글을 쓰자니, 정말 내가 얼만큼 내 삶의 철학을 실천하며 살고 있는지 반성이 되네요. 나름 열심히 살려하고, 남에게 덕을 베풀며 살자고 띄엄띄엄 다짐은 하는데, 정말 그때 만큼의 순수함이나 열정이 살아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누가 누군가에게 가르침을 베푼다는건 어불성설입니다. 사실은 가르치는 사람은 가르치면서 더 큰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그것이 진정한 교사이고 스승이 아닐까 생각이 되네요.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이상한 사람도 많고, 짧은 지식을 가지고 남을 일방적으로 가르치려는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가르치는건 입으로 하는 거지만, 귀를 열어놓고 마음을 열어 놓아야 비로서 내 지식이 참된 지식이 되고, 타인에게도 스스로에게도 의미있는 것이 된다는 걸 공유하고 싶네요.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말 잘하는 사람보다 잘 듣는 사람, 잘 이해해 주는 사람이 정말 훌륭한 리더이지요.
이번 상해 여행을 통해서 다시 제 삶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강학을 통해 하나라도 스스로 깨닫게 되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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