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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체면을 봐서라도 본문
"호스트의 가호 살려주기"
중국인으로부터 중국식당에서 대접을 받아본 사람은 안다. 둥그런 식탁의 좌석에도 배치의 규칙이 있다. 호스트가 상석에 앉고, 좌우로 손님 중 귀빈이 앉는다. 나머지 좌석은 지그재그로 호스트 팀과 손님 팀이 섞여 앉고, 주문을 하거나 잔 심부름을 해야 하는 실무자가 출입문 가까이에 앉게 된다. 격식이 있는 자리일 수록, 맛보다는 화려함 위주의 메뉴가 주문되고, 그야말로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시킨다.
만약 중국인이 호스트인 접대 자리라면, 모든 음식을 다 먹지 말고, 조금이라도 남기는 센스가 필요하다. 손님이 모든 음식을 다 비웠다면, 이는 음식의 양이 부족했다는 뜻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음식이 좀 남아 주어야 호스트로서 중국인의 체면이 서게 된다. 식사 맛이 없더라도, 먹고 난 후에는 과장된 제스쳐로 ‘기가 막히게 맛있고 귀한 음식을 먹게 해주어 고맙다’는 얘길 빼먹어서는 안 된다.
일찍이 일본에서 중국으로 유학을 갔던 가토 요시카즈는, <나는 일본해의 다리가 되겠다>라는 서적에서 3페이지나 되는 내용으로, 중국의 ‘체면’, ‘체면문화’를 언급했다. 요시카즈는 “일본인은 중국인의 체면을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 왜냐하면 중국인에게 ‘체면’은 가끔 돈보다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체면은 중국에서는 화폐처럼 유통된다.” 라고 얘기한다.
“중국인 직원을 나무랄 때”
한 일본 법인의 중국 지사장이 여러 직원 앞에서 중국 직원을 질책했다고 한다. 이는 중국에서는 엄청난 실수인데, 중국인만의 체면 문화를 간과한 리더십이다. 일본 사회에서는 상사가 공적인 자리에서 잘못을 한 직원을 질책하는 것이, 오히려 효과가 좋은 리더십이라 한다. 당사자가 실수한 것을 인식하고 수치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효과가 훨씬 좋기 때문이란다. 한국인의 기업 문화도 일본과 크게 다르지 않은 거 같다. 육두문자가 날라 다니거나 서류를 집어 던지는 경우도 흔하지 않은가?
하지만, 이런 식으로 중국인 직원을 나무란다면 대단한 역효과를 낳는다. 다른 동료 직원들 앞에서 질책을 당한 직원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을뿐더러 스스로가 ‘체면을 잃었다’고 느껴서 마음속에 큰 원한이 쌓이기 때문이다. 중국 직원을 질책하려면 단 둘이 있는 방으로 불러서 얘기해야 한다. 그것도 채찍과 당근을 동시에 주면서, 이 모든 충고가 그를 위한 것임을 명확히 얘기해야 효과가 있다. 자존심과 체면이 돈만큼 중요한 중국인, 특히 위아래 상명하복 문화가 약한 중국 직원들에게는 좀 다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체면문화에 걸맞는 상품 시장”
상해 루지아주이에 명품관이 모여 있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세계적인 브랜드가 모두 입점해 있고, 건물 자체가 그야말로 삐까번쩍이다. Hurun Report(중국의 가장 영향력 있는 통계기구)에 의하면, 중국의 억만 장자가 선물하기 좋아하는 브랜드 순위는, 루이뷔똥, 카르티에, 헤르메스 순이라고 한다. 중국 술 중 가장 고급 브랜드인 ‘모우타이’는 5위를 차지했다.
억만 장자가 아니라도 일반 서민들에게도 명품 상품이나 고가 상품이 잘 먹힌다. 화이트컬러 미혼 여성들은, 왠만해서는 짝퉁을 사지 않고, 스스로의 품격을 위해서 두 세달 월급쯤은 초개와 같이 포기한다. 중국인의 체면 문화를 잘 간파한다면 효과적인 마케팅 계획이나 브랜딩 정책이 나올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엔진 등 성능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중국인의 체면을 살려줄 디자인이 더 필요하다. 특히 중국인은 뒤 좌석 공간이 넓은 것을 선호한다. 흔히 사장님 좌석이라고 얘기되는 운전사 대각선 뒤 좌석에서 다리를 꼬고 앉을 수 있어야 진정한 사장 대우를 받은 느낌이 든다. 아우디 역시 이를 간파해 다른 나라에서 판매되는 A6보다 길이가 더 길어진 중국향 A6L을 출시했다. 여기서 L은 Long의 약자다.
“내 체면을 봐서라도”
중국인 친구와 절교를 하고 싶다면, 공적인 자리에서 면박을 주면 된다. 부하 직원을 내보내고 싶다면 역시 공식 미팅에서 좀 창피하게 만들면 된다. 하지만, 진정한 중국 친구를 두고 싶다면 늘 그의 체면을 살려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중국인들 사이에, 비즈니스건 일상 생활에서건 흔히 주고 받는 말이 있다.
‘내 체면을 봐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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