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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이야기

상하이에서 본 한미 FTA

eliotshin 2007. 4. 3. 12:33

   오늘 아침 출근길의 택시에서 상해 동방TV에서 한미 FTA를 보도하는 내용을 보았다. 격렬한 시위 모습을 보여주면서 한미 FTA 타결 이후의 어두운 갈등 상황을 보도했다. (참, 중국이 한국에 뒤쳐져 있지만 일부 하이테크 분야에서 앞선 모습도 있는데, 모든 택시안에서 일부 TV채널을 실시간으로 볼수 있다는 점도 그중에 하나다.)
   어제 노무현 대통령의 FTA에 대한 경과보고를 보면서, 간만에 대통령이 참 경제적 논리로 접근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늘 정치논리로 국정을 운영해 왔기 때문에, 대선전만해도 동조자였지만,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경제에 실망을 했던터라 어제만큼은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언론에 보도된 FTA 타결소식과 향후 전망만으론 종합적인 판단을 하기엔 이르다. 많은 국회의원들이 의견 유보를 하는 까닭이기도 할거다. 하지만, 해외에서 바라보는 한국의 경제 전망은 지극히 비관적이다. 비단 해외 교포가 아니더라도 잦은 외국 출입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많이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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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브스에서 발표한 세계 500대 기업자료를 보면, 한국이 간발의 차로 좀 더 많은 기업을 올렸지만,  상위 랭커들은 중국계 기업이 더 많은걸 알 수 있다. 불과 몇 년전만해도 이러한 현상이 곧 오리라 예상한 사람이 많지 않았을거다. 2010년 이후나 2020년 정도나 되야 한국을 따라잡겠지라는 막연한 안도감이 있었는데,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다. 중국은 이제 한국의 바로 지척거리에 와 있다. 오늘 아침 택시에서 본 위성 TV처럼 머지 않아 한국을 앞질러 갈 것이다. (한국에 이미 위성 TV가 있다 하더라도 그걸갖고 딴지를 거실 분은 없길 기대한다)  그 근거는 그들의 탁월한 기술이나 그들만의 전략적 선택이 있어서가 아니다. 단지 그들의 시장이 거대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남북한을 합쳐도 중국의 한 성보다 작고, 남한의 총 인구는 북경, 상해의 유동인구를 다 합한 크기와 비슷하다. 한국은 정말로 작은 나라이다. 이런 작은 나라가 세계적인 경제 국가로 발돋움한 것이 놀라울 뿐이다. 이제까지는 그랬다. 정말 잘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중국이 따라오고 일본이 정신을 차리고 있다. 인도가 개발되고 베트남이 부상하고 있다. 자원이 거의 없어서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나라, 국민소득의 절대적 부분을 수출에 의존하는 나라. 우리는 조상으로부터 넓은 땅을 받지 못했지만, 뛰어난 머리를 물려받았다. 그것이 현재의 대한민국이 생존해 온 근거가 아닌가?
   시장이 작은 나라가 자본주의 하에서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다. 외부로 시장을 확대하던지, 아주 하이테크 산업을 육성해서 다른 나라가 따라오기 힘든 기술적 우위를 가지는 것이다. 유럽의 작은 나라들은 이런 방식으로 그들의 높은 GDP를 유지해왔다. 강대국 사이에 끼어서 언제까지 내수 산업을 보호하는데 주력할 것인가? 삼성이 최근 위기론을 펴고 있고 분기 순이익이 곤두박질 치는 모습을 보지 못했는가? 삼성이 기우는데 다른 기업들은 오죽하겠는가?
   감히 얘기하건대, FTA는 거스를 수 없는 현재의 선택이고 이제 선택한 시스템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숙제만이 남아 있다. 중국과도 협력해야 한다. 미국, 중국을 좋은 시장으로 개척한다면 한국의 미래는 밝다. 농사좀 덜 지으면 어떤가? 정말 신토불이를 언제까지 외칠건가? 중국산을 먹으면 마치 농약이라도 먹는듯이 얘기하지만, 실제로 한국의 밥상의 80%가 이미 중국산임을 알고 있는지? 여기 중국에서 먹는 과일이 훨씬 싸고 싱싱하다고 하면 믿을까?

   오늘 심상정 의원의 블로그 포스트를 보면서, 그분의 신념과 통찰력을 느끼기도 했지만, 일부 비판적 모습에서 약간은 균형잡히지 못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http://blogbbs1.media.daum.net/griffin/do/blognews/current/read?bbsId=B0001&articleId=18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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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현재 자본주의에 살고 있지 미국식 자본주의라고 굳이 표현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반미 감정이 반미를 위한 반미가 아니라 냉철한 이성과 미래에 대한 분석이 가미된다면 조금 더 균형적인 비판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우리는 현재 창조적 파괴를 하고 있는 거다. 한국쌀이 아니라 미국쌀을 먹고 산다고 해도, 미국인들이 우리의 자동차를 타고 우리가 만든 IT 기술을 쓰고, 그러면서 서로 주고 받는다면 뭐그리 종속적 주장인가?
   세상에 공짜는 없다. 내가 하나를 얻으면 상대방은 하나를 잃는거고, 내가 손해보지 않고는 어떠한 딜도 만들어낼 수 없다. 지금 계산기를 가지고 한미 FTA 결과를 아무리 두드려봐도 아마 답이 쉽게 나오지 않을거다. 너무 많은 가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모든 결과는 우리의 노력과 경쟁력에 달려 있는 것이다. 멕시코의 실패? 왜 그것을 두려워하나? 그들이 밟았던 전철을 되밟지 않으면 된다.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겠는가? 언제까지 개방하지 않고 모든 나라가 개방을 할때까지 버티겠는가? 북한이 왜 망가졌는가 보라. 그들까지 먹여살려야 하는 우리는 어느 나라보다 빨리 움직여야하고 창조적 파괴를 위해 미련이 없어야 한다.
   나는 결코 신자유주의자도 아니고 미국적 자본주의자도 아니다. 감정적인 비판으로 나라를 팔아먹느니, 그에 동조하느니 그런 비판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가 선택해야할 옵션이 많지 않다는걸 인식하자. 대한민국이 미래에 선택할 전략이 많이 남아있지 않다는걸 기억하자.
   대학때 아담스미스의 '국부론'을 읽을때 핀공장의 사례가 나왔었다. 분업의 효율성을 얘기한 대목이었는데, 국제적으로도 이제 그러한 분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너무 두려워하지도 지나친 낙관이나 비관도 하지 말자. 그저 미래를 열심히 준비하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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