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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이야기

백두산 이야기

eliotshin 2007. 2. 16. 11:16

나는 중국인들과 백두산 이야기는 잘 하지 않는다. 백두산이 그들에겐 장백산이고, 북한과 미묘하게 영토가 나뉘어 있어서 약간은 걸끄러운 소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농담삼아 중국의 동북3성이 과거에 한국땅인걸 아느냐고 이야기하면, 중국인들의 반응은 늘 민감하다. 자신들은 그렇게 배우지 않았고 거짓말하지 말라는 것. 사실 동북3성은 어마어마하게 큰 땅이라 내 거짓말이긴 하지만, 북한 위쪽의 간도라든지 광개토대왕 시절의 일부 땅은 한국 땅이 맞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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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현재에 다시 씌어지는 과거 이야기라고 했다. 나역시 민족주의적인 관점에서 오늘날 백두산에 대한 헤게모니가 중국으로 넘어가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국제법상 실정법상 백두산의 적어도 절반 이상은 중국땅임이 확실하다. 중국은 백두산의 관광자원으로써의 가치를 알고 이미 개발에 착수했고, 동계 올림픽도 추진중이라 들었다. 가장 피부에 와닿는 이야기는 중국에서 백두산 관광을 가려면 으례 거쳐야했던 연길(연변)이 이제는 백두산 관광의 중심에서 멀어져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길림성(연변이 속한 북한 위의 한반도만큼 큰 중국의 한 성(城)) 성장이 작년에 조선족에서 한족으로 바뀌었고, 그 지역의 유력한 인사들이 속속 한족으로 바뀌고 있다는 소식은 향후 이 지역이 어떻게 변화할지를 가늠하게 해 준다. 이번에 백두산 관광을 연길을 거치지 않고 가까운 다른 지역을 거점으로 하겠다는 정책이 나왔는데, 조선족들의 반대 서명운동에도 불구하고 강행될거라 예상된다.

한국에서 자랑스러워하는 가장높은 민족의 산, 백두산이 이제는 중국의 장백산으로 점점 바뀌고 있는 것이다. 사실 장백산은 중국에서 높은 산에 끼지도 못한다. 땅덩어리가 크다보니 워낙 높은 산이 많기 때문이다. 나라 땅은 크고 봐야한다는 걸 중국에 와서 실감했지만, 전쟁으로 땅을 빼앗을수도 없고, 어찌하랴...우리 한반도를 옥토로 일구어서 부가가치를 높이는것 이외에...

언젠가 중국 친구가 나에게 북한의 달러 위조지폐 제조에 대해 얘기하면서, 그 정교한 기술로 왜 일을 안하고 이상한 짓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때 나는 초점을 잘못 맞추고, "맞어, 한국인들이 손기술이 좋아서 뭐든 참 정교하게 잘 만들지.."라고 했었다. 그랬더니 "너는 항상 한국인들을 자랑스러워하는구나..."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민족주의 감정이야 한국인의 뜨거운 피가 흐르는 사람이라면 왜 없겠을까마는, 그것이 자칫 감정적으로 흐르게되면 본질과는 다소 어긋난 주장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달러를 위조하는 기술을 칭찬할것이 아니라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대우받지 못한 행동을 했을때는 과가하게 비판할 수 있는 객관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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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동계 올림픽의 금메달 세러모니역시 이러한 민족주의적 따뜻한 감정의 발로라는 걸 우리는 잘 안다. 그래서 그들을 비판하기 싫은 것이고...그러나, 중국인들이 "왜 화성도 너네 땅이라고 하지"라는 패러디는 우리의 감정적 접근이 실제적으로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없다는것을 기억해야 한다.
정말 현실적인 백두산에 대한 접근 방법은, 북한과 제휴를 하건 힘들 보태건, 중국쪽 백두산 지역을 잘 개발하고 많은 관광객들이 백두산을 경험할 수 있게 하고 민족의 자긍심을 낙후된 백두산이 아닌, 눈에 잘 보여지는 새로운 모습으로 가시화 하는것이 아닐까? 물론 그를 위해서는 북한의 개방이 선제 조건이다.
북한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 역시, 일방적인 동정이나 증오를 넘어서 현실적으로 끌어안을 부분과 냉정하게 내쳐야하는 부분을 엄격히 구분해서 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북한은 변하지 않을것이고, 우리가 원조하는 대부분의 식량자원이나 물자들은 군수산업이나 상류층의 체제 공고화를 위해 사용될 뿐이다.
무조건적인 원조가 아니라 북한의 개방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전제로 지원을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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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이야기는 결국 북한의 내부 모순이며, 그들이 헤게모니를 쥐지 못하고 중국에 의존적일 수밖에 없는 경제상황에서 불거진 당연한 결과이다. 북한이 이미 중국과 합의한 국경선은 다시 그을수 없는 것이고, 다만 현재 우리의 백두산을 정말 아름답게 가꾸는 일만이 남은 것이다.



중국방면에서 백두산을 오르는 한 코스, 멀리 폭포가 보이고 그 오른쪽으로 등반길이 터널로 개발되어 있다. 아래는 백두산 정상 천지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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