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중국에서 살아가는 조선족으로서 태어나면서부터 이 세가지만은 사랑해야 할 운명을 타고 났습니다.
우선은 스스로를 사랑 해야겠지요 빈주먹뿐인 자신일지라도 사랑합시다 사랑하여 몸을 튼튼히 하여주고 정신이 풍부하게 하여주고 팔 다리를 날렵하게 하여 줍시다
다음은 중국을 사랑합시다 필경은 이 나라의 국적을 가지고 이 나라의 사람들을 이웃으로 이 나라의 쌀과 물로 자란 우리들입니다 그리고 이 나라에서 살아가기를 원하는 우리들이 잖습니까 기왕에 함께 살아가는 여자를 사랑하지 않는다 하면 이유야 어찌 되었든 사람들은 당신을 나무람 할 것입니다 목이 말라서 실컷 들이켜고 나서 웬 물이 이래 하고 침 뱉어 버리면 그건 배은망덕이고 사람이 할 도리가 아닙니다
지금은 두 나라로 나 뉘어진 저 반도를 사랑합시다 우리의 조상들이 쫓겨서 이곳에 왔든 배고파 이곳에 왔든 항일로 이곳에 왔든 그것이 어찌 아름다운 산하의 탓이겠읍니까 그 시대를 잘 못 이끌어 가던 천고의 태양을 잠깐 어둡게 하다 사라진 사람들 탓이 지요 그런데 잠깐의 먹장구름이 싫다고 하여 영원하고 아름다운 창공을 미워해서야 되겠습니까 반도의 산과 들이 있어 우리의 조상이 있고 조상들이 우리를 낳아 준 것 이어늘 어찌 조선을 미워하고 한국을 미워하겠습니까
그리고 절대 배반하는 일 하지 맙시다 자신을 배반하지 말 것이며 중국을 배반하지 말 것이며 반도를 배반하지 맙시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인양 나에겐 중국도 반도도 없다 두 주먹만이 있을 뿐이다 그리 객기를 부리지도 말고
나는 중국인이다 13억 중국이 웅비하고 있다 어디 두고 보자 그리 윽벼르지도 말고
나는 한민족이다 저 중국보다 잘사는 한국인과 한 핏줄이란 말이다 지저분하고 못 살아서 조상 땅에 갈란다 그리 건방을 떨지도 맙시다
더구나 자기 한 몸 위해 중국 한국 조선을 팔아먹지 말며 중국인 상급의 비위를 맞추려 한국 조선을 욕하지 말며 한국인 상급의 비위를 맞추려 중국을 욕하지 맙시다 목에 칼이 들어 와도 그런 일은 하지 맙시다
살다보면 서러울 때도 분할 때도 이불짐 둘러메고 훌쩍 떠나고 픈 때도 있겠지요
하지만 어디 간들 다 제 마음과 같겠습니까 세상은 항시 더 나은 곳으로 간다는 천고의 진리를 믿고 그래도 우에 세가지만은 사랑 합시다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세 가지만은 사랑 해야지요
따지고 보면 어려울 것도 없습니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마음 가지기에 따라서는 살기 위해서는 땅과 물과 공기를 사랑해야 하듯이 그리 쉽게 자연스럽게 해낼수 있는 것입니다
예수를 따르라는 것처럼 맑스를 믿으라는 것처럼 어떠한 설교나 주의가 아닙니다 무엇보다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서는 그리 해야만 할 그런 운명을 우리는 중국에 사는 조선족으로서 천생적으로 타고 났으니까요
중국에서 생활을 하면서 가장 자주 만나게 되는 사람들, 그러면서도 한켠으로 무시하거나 한 수 아래의 그룹으로 간주하진 않았는지 모르겠다. 조선족들은 한국인에 대해 약간의 원한(?)같은 것이 있다고 들었다. 이유는 그들의 조상이 한국으로부터 배신을 당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가까이는 몰지각한 한국의 사업가들이 조선족 자치구를 가서, 한국 비자를 받아주겠다고 사기치고, 또 사업을 하면서 이러저러한 속임수를 썼다고 한다. 역으로 조선족들도 수없이 한국인들을 괴롭혔다. 중국에서 사업을 할때 외국인으로서의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이용해, 명의를 빌려준 후 사업권을 가로채거나, 중국 공안에 신고해서 한국으로 쫓아버린다든지 등등. 주위에서 중국에 10년정도 사신 분들이 조선족을 조심해라, 조선족을 믿지 말라는 말을 많이 한다. 서로가 서로에 대해 가지고 있는 피해의식과 경계심...아주 오래전 역사의 비극이려니와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의 짐이다.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마음을 열어야 하건만, 혹시나 혹시나 하는 노파심으로 그렇게 벽을 두고 살고 있는 조선족과 한국 교포들. 인간은 다 같지 않은가? 내 주위엔 조선족들이 많다. 그리고 정말 형으로 아우로 지내는 이들도 있다. 그들의 피가 한국인이건 그들의 국적이 중국인이건, 가장 중요한건 바로 인간에 대한 애정이리라. 내가 내 중국 친구들을 좋하하면서 한편의 못된 중국인들을 비난하듯이, 모든 조선족이 선하지도 모든 한국인이 선하지도 않다는걸 인정한다면, 사람 사는건 다 똑같지 않을까 싶다. 위 글을 쓴 조선족분에게 존경을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