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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향 글로벌벤처 창업하기 3] 자신감과 언어능력

eliotshin 2015. 12. 19. 09:00

중국向 글로벌벤처 창업하기 3: 자신감과 언어능력

 

"CEO 스스로도 확신이 없는데 그 피칭을 듣고 저더러 투자하란 말인가요?"
매우 까칠해 보이는 이 말투는 보통 투자자들의 질문이자 공격이다. 사실, 자신의 사업 아이템에 완전한 확신을 가진 CEO가 몇이나 될까? 너무 힘든 순간에는 포기하고 싶기도 하고, 밤 잠도 잘 오지 않고 스스로 험한 길을 선택한 것을 후회할 때가 많은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자 앞에서는 자신 있는 모습을 연기할 줄도 알아야 하고, "요즘 잘 되고 있어?"라는 질문에는, 무조건 "네, 잘 성장하고 있습니다"라는 답변을 해야 하는 게 벤처 CEO인거 같다. 스스로도 믿지 못하는 기업에는 그 누구도 투자나 제휴를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감의 절반은 언어 구사 능력


한국 안에서의 창업이야 한국어만 유창하면 그만이지만, 글로벌 창업을 한 벤처라면, CEO 스스로가 최소한 영어는 할 줄 알아야 하고, 중국에서 성공하기를 원한다면 중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줄 알아야 한다. 젊고 유능한 CEO는 쉽게 언어를 습득하는 것을 많이 봤다. 2년만 집중해서 노력하면 10년 이상 중국에서 사업을 한 기업인과 어깨를 견줄 수 있는 수준이 될 수 있다.


2004년 처음 다음차이나로 진출했을 때, 지사장이라는 걸맞지 않는 타이틀에 취해서, 어깨에 잔뜩 뽕만 들어갔지 언어 능력 조차도 없이 중국 사업을 시작했던 아픔이 있다. 그 당시에는 그게 아픔인지도 모르고 좌충우돌 참 많이 헤맸다. 멘토들만 잘 찾아다녔어도 피할 수 있었던 시행착오를 얼마나 많이 했던가. 그래서 나는 지금 후배 청년 벤처들에게 '그렇게 하면 망한다'라고 끊임없이 조언하고 채찍질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비즈니스맨으로서의 자신감은 '언어 구사 능력'에서 시작된다. 아무리 똑똑한 한국인도 중국에 가져다 놓으면 바보가 된다. 택시 하나도 탈 수 없고, "Let's go to Hyatt hotel!"이라고 외쳐봐야, "션머? 팅부동"이라는 일관된 답변을 들을 수 있다. 뜻글자를 이해하지 못하고 자꾸 음으로만 구성된 음글자를 외쳐봐야 헛고생이다.


비단 창업이 아니라도, 글로벌 인재가 되기 위한 조건도 언어능력이 첫 번째이다. 바이링궐 능력을 갖추지 못한 사람은 글로벌 시장에서 좀처럼 성공하기가 어렵다. 그런데 나이가 아무리 많이 먹었어도 새로운 언어를 학습하기에 늦은 시기는 없는 거 같다. 내 나이 35세에 처음으로 영어를 밥먹듯 쓰기 시작했고, 40이 되어서야 중국어로 일상 대화가 가능해졌다. 돌이켜보면 꽤 늦은 나이였던거 같지만, 사실 나보다 훨씬 선배들도 무난하게 이러한 언어 장벽을 극복했다.

 

잘하려고 하지 마세요


영어를 듣기만 하고 잘 말하지 않는 한국인들의 공통점은, 나름 부끄럽지 않은 발음으로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중국의 MBA 강의실에서도 재현된다. 후진 발음이라도 떠들어대는 중국 학생과 아예 침묵하거나 발음을 꼬아가며 얘기하는 한국 학생의 차이. 그런데, 과학적으로 밝혀졌듯이 어릴 때 외국어를 배우지 않은 사람은 절대로 네이티브처럼 발음할 수 없다. 몇몇 언어 천재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는 스스로를 천재라 여기고 너무 완벽한 외국어를 구사하려는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언어는 툴(TOOL)일 뿐인데 스스로 네이티브가 되려 하는 것 자체가 무모하다. 한국인은 또렷하고 쉬운 발음이 제일 나은 소통 방식이다.


토익이 900이 넘는데 영어로 긴 문장을 말하지 못한다거나, HSK 6급인데 식당 종업원의 발음도 듣기를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거꾸로 아무 자격증도 없지만, 시장 영어, 식당 중국어처럼 마구 부대껴가며 배운 외국어가 더 훌륭한 사례가 너무 많다.


가장 중요한 건,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말고,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최대한 표현하려 노력하는 거다. 처음엔 스스로도 답답하고 어눌하지만, 어느 순간 자주 쓰는 표현이 익숙해지고, 듣는 상대방도 편안해 지는 순간이 온다. 처음부터 상대방을 편안하게 해주려는 욕심만 버리면 말이다.


나는 중국에 온지 10개월 즈음에 처음으로 중국어로 꿈을 꿨다. 지금은 잘 기억도 나지 않지만 참으로 단순한 단어들의 조합이었던 거 같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중국어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 사이의 변화라면 전화 통역을 해 주던 친구나 스탭이 내 곁에서 떠나갔다는 것이다. 아무도 의지할 곳이 없었을 때 내 중국어는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고, 귀가 뚫리기 시작했었다.

 

중국어를 열심히 안 한 것이 후회스러워요


내 주변의 수 많은 사람들이 이 얘기를 한다. 국제학교를 나오고 사회 생활을 앞둔 취업 준비생도 이 말을 공통적으로 한다. 멋진 영어과정 MBA를 졸업하는 학생들도 같은 후회를 한다. 대학생들 말이, 고등학교 때는 주변 사람들이나 부모님들이 얘기는 했지만, 그렇게 중요한 거면 때려서라도 가르치지 않았다고 오히려 적반하장이다.


나 역시 영어로 비즈니스 하는 게 폼도 나고, 중국어도 중급 이상은 된 거 같으니 '그냥 이대로 좋아요' 라고 5년 정도를 보냈던 거 같다. 나중에 중국어로 학업도 해야 하고, 발표도 해야 하는 시기가 올 거라고는 잘 생각하지 못했었다. 그래서 뒤늦게 고급 중국어를 다시 시작하고 있다.


후회해 봐야 소용이 없다. 그냥 지금 이 순간 결단하고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 가장 이해가 안가는 것은, 아직 30세도 안된 젊은 친구들이 후회만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영어와 담을 쌓거나 중국어와 담을 쌓거나 둘 중 하나다. 둘 다 잘하는 친구는 별종으로 취급한다. 사실 별종은 없다. 그들이 열심히 노력한 결과일 뿐.

글로벌 벤처 CEO가 되세요


지금도 늦지 않았다. 자신의 아이템을 가지고 중국 시장을 진출한 CEO라면 나이에 상관없이 중국어를 시작해야 한다. 영어도 잘 하면 베스트다. 중국어를 잘 해야 중국인들과 친구가 될 수 있고, 통역을 쓰지 않고 정감을 나누고 진정한 비즈니스를 할 수가 있다. 영어를 잘 해야 적당한 시기에 비즈니스맨의 품격을 더할 수 있다.


후회하는 많은 사람들이 조언하고 있지 않은가? 바로 지금 시작하라고! 영화 <터미네이터>의 아놀드슈왈츠네거처럼 멀티랭귀지로 무장한 자신을 상상해 보라. 어떤 국적의 투자자 앞에서도 자신 있는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