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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에서 시작하는 중국인 vs 인테리어부터 시작하는 한국인 본문

나는 중국에서 자본주의를 만났다

아파트에서 시작하는 중국인 vs 인테리어부터 시작하는 한국인

eliotshin 2013. 4. 16. 19:44

"2005년 어느 아파트에서 만난 게리왕"
2005년 봄에서 여름으로 가고 있던 시기로 기억한다.  슈퍼마켓에서 음료수와 먹을 것을 잔뜩 사 들고 걸어가는데 땀이 날만큼 조금 더운 날씨였다. 중국 친구 하나가 창업을 했는데, 위문차 가는 길이었다. 그런데, 알려준 주소로 가까이 갈수록, 아파트 밖에는 눈에 뜨지 않았다. 저쪽에서 친구가 마중을 나왔다. 슬리퍼를 질질 끌고, 반바지 차림으로…표정 만큼은 해맑게 웃고 있었다.
사무실은 어두 컴컴했다. 그냥 방 세 칸이 있는 평범한 로컬 아파트였다. 직원이 다섯이었는데, 모두 시커먼 남자들인데, 몇 일 밤을 샜는지 표정도, 옷도 그다지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았다. 시큼한 땀냄새도 좀 나는거 같고, 그들이 쓰는 PC는 뒤통수가 툭 튀어나온 구식 모니터에 속도도 느려 보이는 구닥다리였다.
이 회사가 2011년 나스닥에 상장한 중국의 대표적인 동영상 사이트, 투도우(Tudou.com)이다. 투도우의 게리 왕은 그 당시 나의 친한 친구였다. 그 전부터 쌓은 인연 때문에, 내가 도울 수 있는 작은 것들을 도왔었다. 당시에 중국보다 다소 앞서있는 한국의 인터넷 시장 관련 자료를 주었고, 서로의 고민에 대해 인간적인 대화도 나누었다. 나는 투도우를 통해, 어떻게 중국의 작은 벤처가 거대한 상장사로 거듭나는지 일련의 과정을 목격할 수 있었다. 마치, 번데기로부터 애벌레, 나비로의 진화 과정이랄까?
중국의 벤처들은 이렇게 초라하게 시작한다. 아파트에서 혹은 변변치 못한 공간에서 고작 몇 명이 시작하는 게 보통이다.

“간판이 중요해”
한국 기업들의 시작은 조금 다르다. 아주 고급스럽지는 않지만, 대략 수 천 만원 이상의 인테리어비를 들여 사무실을 꾸민다. 중국에서는 소위 ‘가호’가 중요하기 때문에 적어도 창피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다. 총경리실(사장실)을 따로 꾸미고, 손님이 왔을 때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가죽 소파도 필수다.
간판을 달고 나면 뭔가 할 일을 했다는 뿌듯함이 있다. 그렇게 한국 기업은 시작을 한다. 위치가 시내 중심인가 외곽인가의 차이일 뿐,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게 시장을 테스트하던 중, 본사가 어려워지거나, 세계 금융위기가 닥치거나, 중국 환율이 널뛰기를 하면서, 앉은 자리에서 고정 비용이 50%가까이 상승하는 롤러코스터를 경험하게 되면, 과감하게 모든 것을 포기하고 철수하기도 한다. 인테리어 비용도, 사무실 보증금도 포기할  수밖에 없다.
외국 기업으로서 아파트에서 시작하는 것을 권할 수는 없지만, 너무 남의 시선을 의식해서 고정 비용을 많이 쓰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언제 어떤 상황이 닥쳐올 지 모르기 때문이다. ‘가늘고 길게’ 가는 게 중요하다. 길게 버티면 그만큼 성공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토끼와 거북이의 싸움”
시작이 다른 중국 기업과 한국 기업의 경쟁은, 소박한 거북이와 돈 잘 쓰는 토끼의 싸움에 비견된다. 토끼가 빠르고 능력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고정비용이 큰 토끼는 길게 볼 시간이 없다. 수년 안에 승부를 봐야 하고, 졌다 싶으면 본사로 달아나게 된다. 잃을게 별로 없는 거북이는 공짜 마케팅에 저렴한 인건비로, 돈을 거의 안 쓰기 때문에 3년이든 5년이든 그냥 간다. 돈을 못 벌어도 그 업계에서 손가락 안에만 들면 된다는 확신이 있다. 최악의 경우, 적자라도 고객을 확보한 상태로 다른 회사에 팔면 그간의 투자금을 몇 십배로 회수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3년이 지나, 한국 기업에 포기한 시점에서 그제야 비로소 시장이 열리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거북이의 승리로 끝나는 경우를 종종 보아왔다.
중국 비즈니스, 세련됨을 버리고 투박하게 거북이 스타일로 시작하면 어떨까? 특히 본사의 투자 여력이 많지 않은 기업일수록 초기 세팅시에 고정비를 최적화하는 게 좋다.